el noveno

나쁜 아이

2006년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새로운 교감이 부임해왔고, 그는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 반에는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나쁜 친구가 아니었다. 단지 술과 담배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그런 친구일 뿐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나쁜 친구’가 되기에 충분했겠지만.

그런데, 그 새로 온 교감은 나를 그 친구로 착각한 듯 했다. 그 친구와 내가 함께 있을 때, 한 선생이 그를 가리키며 교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한 이후로, 교감이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너, 무슨 애로사항 있니? 괜찮아, 다 이야기해 봐.”

나는 그 시선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선생님이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 친구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단순히 ‘착각을 바로잡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고, 그가 ‘나쁜 아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그가 누군가를 해코지한다는 말을, 나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 ‘어른들’은 그가 술과 담배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나쁜 아이’로 취급했다.

그리고 그 교감은 그 ‘나쁜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다만, 그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다가왔’지만.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한 달이었다. ‘나쁜 아이’로 낙인찍힌 그 친구가 여태껏 느껴왔을 기분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여태껏 늘 ‘착한 아이’로 살아왔던 나는, 분명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선이 제 딴에는 매우 ‘친절한’ 것이었겠지만, 그 시선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또다른 칼날을 목에 들이대는 느낌’이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그의 시선에서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느껴졌고, 결국 한 달 뒤에는 사실(?)을 알게 된 듯 했다. 그 친구에게, 나에게 주던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애로사항 없냐고’ 묻기 시작했으니까. 그 친구는 교감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그를 피하곤 했다.

만약 내가 교사가 된다면, 과연 나는 그 교감처럼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관심이랍시고, 또다른 칼날을 들이대는. 자신이 없다.
왠지 그 친구가 만나고 싶어지는 밤이다.

능청맞게

요새 너무 무거운 글만 쓴 것 같다. 아닌가? (웃음)


우리 학교는 부산·경남 곳곳에서 오는 곳이다 보니, 지난 한 달간 어느 중학교에서 왔는지 물음이 참 많이 오갔다. 나도 몇 번 받았는데, 대부분은 “너 남학교에서 왔니?” 따위의 질문이었다.

아니라고 하면, 내가 여자애들한테 말을 할 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다며 남학교에서 와서 그런 줄 알았단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저 웃고 만다. 내가 그런가? 하긴, 예쁜 여자애들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건 사실이긴 하다. 이런 말을 능청맞게 하고 싶긴 한데(웃음), 그저 빙긋 웃고 말 뿐이다. 남들이 다들 나보고 A형 같다고 하는데, 속으로는 이런 능청맞은 말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역시 혈액형으로 성격이 결정된다는(난 B형이다.) 헛소리가 맞긴 맞는 걸까? (웃음)

덧쓰기.
혈액형 테스트는 단순히 재미로 하는 것일 뿐인데 그걸 두고 헛소리라 하는 건 너무했다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지금의 혈액형 유행(요새 좀 시들해졌긴 하지만, 여전히 강력하다.)은 제정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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