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noveno

책은 최고의 장식품

이 말을 트위터에서 처음 봤었는데, 누가 하신 말인지 까먹었다.

오늘 ‘홍대의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 책 7권을 샀다. 그린비출판사가 자신들이 출판한 책들을 두리반에 기증해서, 정가보다 40% 싸게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은 두리반의 농성자금으로 쓰인다.

싸게 판다니 일단 지르고 보자는 마음으로 책 7권을 10만원에 샀다. 나는 그린비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한다. 사려고 점 찍어두었지만 너무 비싸 사지 못한 책들이 많았는데, 이 기회에 사게 되어서 기쁘다.

단편선 님이 책을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사면 다 읽지 못할 거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둔 후 읽지 않은 책들이 이미 한가득이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책은 최고의 장식품’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본 이후 나도 몇 번 써먹고(?) 있다.

같은 나이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자기가 기숙사에 들어온 첫 날 내 책장을 보고 4학년의 책장일거라 생각했었다고 했었다.1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그는 내가 책을 사서 꽂아두기만 하고 절대 읽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해버렸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여태껏 사두고 읽지 않은 수많은 책들 중 고르고 골라 7권을 갖고 올라왔는데, 서울에 올라와서 7권 정도를 더 사버렸다. 게다가 오늘 7권을 더 샀으니 21권이 되는데, 그 중 여태까지 읽은 것은 딱 한 권 밖에 없다. -_-;;

‘책은 최고의 장식품’이라고 했는데, 물론 농담이지만 약간은 진담이다. 책은 다른 장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데, 부피는 꽤 되고, 무엇보다 간지가 난다. 책을 사놓고는 읽지 않더라도, 장식품으로 쓰면 되니까 별 상관없지 않을까?

(당연히 안 되지, 이 자식아…. 돈이 남아도는가…. ㅠㅠ)

  1. 교대 4학년이 딱히 내가 읽는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_-;; 일반적으로는 임용고사 준비를 위한 교육학 관련 책들이 잔뜩 꽂혀 있지 않을까? []

'머피인'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

청소년에 씌워진 미성년이라는 굴레, 시험성적에 따라 정제되고 분류될 인적자원이라는 규정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인간 선언 청소년 자신의 눈으로, 한국 교육의 현실과 청소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위선에 대해 가감없이 통렬하게 고발하고 폭로! 그리고 발랄한 상상력!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줄여서 <머피인>…. (웃음)

먼저 자랑질(?)부터.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들이 직접 쓴 최초의 청소년인권 이야기”이다. 물론 여태껏 ‘청소년들이 쓴 책’이나, ‘청소년들에 관해 쓴 책’은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싶을 만큼 청소년인권 사안에 대해 인권적 관점으로 접근한 책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배경내 씨가 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가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책이 없었다.

청소년을 ‘주체’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청소년들은 ‘완성되지 못한 인간’으로 취급받아왔기에,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그것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폭력교사를 신고한 청소년,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 등등….) 청소년의 인권이 억압받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비청소년들 또한, 청소년을 ‘살려줘야 할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받는 억압을 없앨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여태껏 청소년인권에 관한 책이 거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머피인>은 의미가 크다.

자랑질은 여기까지. (웃음) 사실 부족한 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이 책을 출판하기 전부터 메이데이 출판사를 알고 있었는데, 메이데이에서 나온 책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본 책 중에서 제일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나 싶다. (혹평하는 피엡) 만약 이 책이 많이 팔리고 개정판이 나올 수 있게 된다면(쿨럭), 개정판에서는 좀 매끈하게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 내용이 좀 강하다. 공현은 ‘불온하다’고 표현하던데, 사실 우리 스스로 그런 평가를 하기에는 좀 민망하지 않나…. (웃음)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야, 이 책을 쓰면서 의도한 것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만, 한가지 염려되는 건, 뭐라고 해야 할까, 글쓴이 혼자서 너무 일찍 끓어버리는 글이 좀 있는 것 같다는 것?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 서서히 익어가는 식으로 글이 진행되면 좋겠는데, 혼자서 너무 일찍 끓어버리다 보니 그냥 읽다가 덮어버리는 식으로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좀 든다. 노파심 이려나.

반면에, 내가 쓴 부분인 ‘청소년의 눈으로 입시경쟁 바라보기’는 너무 미지근하게 쓰지 않았나 싶다. 비판도 미지근하고, 대안(?)도 미지근하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좀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고2 겨울방학 때 쓴 글이라, 앞으로 1년간 입시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한 비판을 한다는 게 스스로 찔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대부분 재미있어한다. 사라고 하면 대개는 ‘너무 비싸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그냥 하는 말인 듯하지만. 한 가지 슬픈 건, 몇몇 사람들이 ‘수시 쓸 때 도움될 테니 자기소개서에 넣어보라’고 말하는 것. 나는 입시경쟁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비청소년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청소년인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참 슬프다. 입시경쟁을 비판하는 책마저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는데 도움되는 것’으로 수렴되는 현실? 대체로 보수적인 교대 교수들이 이런 책을 ‘퍽 좋아하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교대에 꼭 가고 싶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고 싶진 않다.

동생이 내 글을 읽다가, 얼마 전에 집 주변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한 명이 성적 때문에 자살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이 그런 끔찍한 현실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머리 위에 꽃이 피어난 로봇 일러스트레이션

제가 필진으로 참여한 책,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가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입시경쟁에 관해 글을 썼어요.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인데 이렇게 책에 실려 나오게 되니, 왠지 참 부끄럽네요. 하핫….

아직 책을 받아보지 못해서, 자세한 리뷰는 다음주 쯤에.
많이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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