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noveno

굿바이 레닌

가짜 뉴스 장면. 금발에 콧수염을 기른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에서 과거 공산주의 국가의 시민들과 인터뷰를 한 것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그들은 대개 “빈부격차가 커지는 등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자유가 있으니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인터뷰를 볼 때마다, 나는 언론에게서 일종의 강박 같은 것이 느껴진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공산주의가 사라지고 자유가 생겼으니 좋은 것이다. 이 정도로 만족하라. 자본주의 세계가 천국은 아니지만, 이 이상 좋은 곳은 없다.” 그런 말을 애써 반복하는 느낌. 불편하다. 더 나은 곳을 꿈꿀 자유가 없다면, 도대체 그 자유란 무슨 자유인지.

<굿바이 레닌>은 그런 식으로 애써 ‘새로운 세계’를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통일 후 얻은 것도 많았지만 동시에 잃은 것도 많았다는 것이, 어머니를 속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모습 뒤로 슬며시 드러나곤 한다. 영화의 막바지, 가짜 뉴스에서 지그문트 얀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베를린 장벽이 열리자마자 수천 명의 서독인들이 우리 공화국으로 자유를 찾아 넘어왔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고통받던 이들은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출세와 향락만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아닙니다. 이들은 다른 삶을 원합니다. 인생에는 물질보다 더 값진 것이 있죠. 그것은 바로 선의와 노동,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입니다.

분명히 동독은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경찰이 두들겨 패던 체제였고1, 주인공의 아버지를 서독으로 망명하게 만든 체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체제를 아무런 불평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더 나은 곳을 꿈꾸어선 안 되는 걸까?

어머니를 위한 주인공의 거짓말은, 어느새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 된 것 같다. 남편을 따라 서독으로 갈 수 없었던 어머니가 동독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듯, 엄청나게 빠르게 바뀐 새로운 체제 속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주인공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던 것이 아닐지. 더 나은 통일 독일을 꿈꾸며.

  1. 근데 이건 2009년의 한국도 마찬… 쉿! []

크리스마스 캐롤

쇠사슬을 쥐고 있는 유령의 손을 보며,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는 늙은이

가족들과 같이 본 영화.

원래 이야기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조카가 좀 잘 산다는 것 빼곤? 뭔가 이야기를 좀 더 늘어놓을까 했는데, 뻔한 소리나 할 것 같은데다가 귀찮아서 생략.

황금시대

한 소년이 창문 사이로 쳐다보고 있다. 무언가 슬픈 표정.

단편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장편 영화보다는 자주 보는 편이다. 짧은 시간 속에서 감독의 매력이 더 잘 묻어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라고는 하지만 사실, 단편이 짧아서 금방 볼 수 있잖아? -_-;;) 그러다 보니 옴니버스 영화를 자주 보게 되는데, 여러 단편 중 꼭 한두 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화 찍는 처지에서야 무척 힘들게 찍은 것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옴니버스 안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가 되는 영화가 한두 편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말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뻔하지 않겠는가. <황금시대>에는 그런 영화가 없었다는 거지. (웃음)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다 괜찮았고, 뭔가 찌릿! 하는 느낌의 영화도 몇 편 있었다. 남다정 감독의 <담뱃값>과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은 ‘역시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하며 봤는데,1 영화에 대해 과문한 탓인지 남다정 감독은 처음 들어보는 분.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라는 단편을 하나 찍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찾아서 봐야겠다.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은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나는 지난번에 봤던 <시선 1318>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보단 좀 별로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기야 ‘신자유청년’이 훨씬 더 재밌지만, 머리를 탁 때리는 느낌은 덜하달까….) 하지만 이 10편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영화.

  1. 사실 ‘봤는데’라는 표현보단 ‘보고 나니까’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 []
 
Designed by Pinkish Flower. Copyright © 2005-2010 el noveno some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