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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el noveno &#187; 번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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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권력과 아나키 : 번역에 관한 잡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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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07 Apr 2008 15:17:04 +0000</pubDate>
		<dc:creator>피엡</dc:creator>
				<category><![CDATA[Thoughts]]></category>
		<category><![CDATA[번역]]></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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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영화 69 식스티나인에는 주인공이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학교에 걸리는 현수막의 구호 중에 &#8216;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8217;라는 말이 있다. 이 구호는 68혁명 당시 나왔던 구호 중의 하나인 &#8216;권력을 상상력에게로.&#8217;를 연상케 한다. 어제 아수나로 부산지부 모임에서 &#8217;69 식스티나인&#8217;을 감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느낌을 말할 때 휴님이 저 구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p>영화 <a href="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632">69 식스티나인</a>에는 주인공이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학교에 걸리는 현수막의 구호 중에 &#8216;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8217;라는 말이 있다. 이 구호는 <a href="http://ko.wikipedia.org/wiki/5월_혁명">68혁명</a> 당시 나왔던 구호 중의 하나인 &#8216;권력을 상상력에게로.&#8217;를 연상케 한다.</p>
<p>어제 <a href="http://cafe.naver.com/asunaro">아수나로</a> 부산지부 모임에서 &#8217;69 식스티나인&#8217;을 감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느낌을 말할 때 <a href="http://blog.naver.com/rin_">휴</a>님이 저 구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8216;권력&#8217;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8216;권력&#8217;을 꼭 쟁취해야 하는가, 라고. 이에 <a href="http://blog.naver.com/ghwjrehf">호적돌</a>이 &#8216;권력이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8217;고 말했는데, 나는 휴님의 지적에 대해 &#8216;번역의 문제&#8217;로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이 이야기는 어제 모임에서 했어야 하지만, 나는 그 때 지금 쓰려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요새 블로그에 쓸만한 글이 없기도 하고. <small>(웃음)</small></p>
<p>&#8217;69 식스티 나인&#8217; 영화의 흐름을 볼 때, &#8216;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8217;라는 구호는 68혁명의 &#8216;권력을 상상력에게로.&#8217;라는 구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구호로 보인다. &#8216;권력을 상상력에게로.&#8217;라는 구호는 프랑스어 &#8216;Pouvoir à l&#8217;Imagination.&#8217;<small>(영어 &#8216;Power to the Imagination.&#8217;)</small>을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8216;Pouvoir&#8217; 혹은 &#8216;Power&#8217;를 &#8216;권력&#8217;으로 번역하는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불한사전이나 영한사전에서 저 단어를 찾아보면 &#8216;권력&#8217;이라는 뜻이 나오지만, 68혁명의 구호에서 &#8216;권력&#8217;이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듯, &#8216;권력&#8217;은 &#8216;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8217;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프랑스의 억압적 분위기에 반대하며 일어난 68혁명의 구호에, &#8216;남을 복종시킬 수 있는 힘&#8217;을 뜻하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까?</p>
<p>&#8216;권력&#8217;을 영어로 번역하자면 &#8216;authority&#8217;가 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그러나 반대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8216;power&#8217;를 한국어로 &#8216;권력&#8217;이라고 번역하는게 꼭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8216;power&#8217;를 &#8216;권력&#8217;으로 번역했을 때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68혁명의 구호에서는 아니다.</p>
<p>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휴님과 같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그 지적을 들었을 때 &#8216;역시 아나키하다&#8217;고 생각했었다. 비록 휴님은 자신이 &#8216;아나키즘에 관심이 있지만, 아나키스트는 아니&#8217;라고 하지만.</p>
<p>&#8216;아나키&#8217;도 &#8216;권력&#8217;과는 조금 다르지만 제대로 된 번역이 되지 않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대개 &#8216;아나키&#8217;와 &#8216;아나키즘&#8217;을 &#8216;무정부 상태&#8217;, &#8216;무정부주의&#8217;로 번역하지만, 별로 좋은 번역은 아니다. 물론 &#8216;anarchy&#8217;는 &#8216;not&#8217;, &#8216;without&#8217;을 뜻하는 접두사 &#8216;an-&#8217;과 &#8216;rule&#8217;, &#8216;government&#8217;를 뜻하는 &#8216;-archy&#8217;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니, &#8216;무정부 상태&#8217;라고 번역하는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8216;아나키&#8217;를 단순히 &#8216;무정부 상태&#8217;라고 번역하는데는 조금 무리가 있다. &#8216;-archy&#8217;가 갖고 있는 또다른 뜻인 &#8216;rule&#8217;의 의미를 보자. &#8216;규칙&#8217;, &#8216;법규&#8217;, &#8216;규범&#8217;, &#8216;관례&#8217;, &#8216;지배&#8217;, &#8216;통치&#8217;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나는 &#8216;아나키&#8217;의 &#8216;rule이 없는 상태&#8217;가 가리키는 &#8216;rule&#8217;이 &#8216;법규&#8217;, &#8216;관례&#8217;, &#8216;지배&#8217;, &#8216;통치&#8217;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 앞의 다른 뜻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small>(나는 아나키즘 사회에서라도 &#8216;규칙&#8217;과 &#8216;규범&#8217;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small> &#8217;100명의 아나키스트, 100개의 아나키즘&#8217;이라는 말이 잘 나타내듯, &#8216;아나키&#8217;를 정의하기는 힘든 일이다. &#8216;아나키즘&#8217;을 단순히 &#8216;무정부주의&#8217;라고 번역하는 것은 &#8216;rule&#8217;의 의미는 완전히 무시해버린다는 점 뿐만 아니라, 아나키즘의 &#8216;정의내리기 어려움&#8217;을 생각해 볼 때에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p>
<p>그러나 &#8216;권력을 상상력에게로.&#8217;를 &#8216;힘을 상상력에게로.&#8217;라고 바꾸자니 뭔가 어색하고, &#8216;아나키즘&#8217;을 &#8216;무정부주의&#8217;라는 번역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해서 원어 그대로 계속 &#8216;아나키즘&#8217;이라고 쓰는 것도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좋은 번역이 없을까.</p>
<p>덧쓰기.<br />
&#8216;권력과 아나키 : 번역에 관한 잡설&#8217;라는 제목, 횡설수설하는 이 글에 붙이기에는 너무 거창한 제목이다. 게다가 뭔가 위압감을 풍기는게 &#8217;68&#8242;이나 &#8216;아나키&#8217;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small>(웃음)</sma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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