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noveno

The Navigator

국자로 달걀을 뜨고 있는 버스터 키튼

열세 번째로 본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영화, 네비게이터. 아니, 며칠 전만 해도 고작 두 편이었는데 어느새? (웃음)

음…. 그럭저럭 볼만했다. 키튼의 다른 영화, <제너럴>이나 <일곱 번의 기회>보다는 별로였지만, <전문학교>보다는 괜찮았다고나 할까? (어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느 정도 괜찮은 것인지 알 수가 있나. =_=)

다만 좀 아쉬운 건, 식인종들이 마구 쫓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잠수함이 등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린다는 것. 갑자기 잠수함이 때마침 바다 위로 올라올 만한 이유도 전혀 없는 데 말이다. 이런 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고 하던가?
배는 망망대해를 계속 흘러가기만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인종들까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로 문제가 점점 꼬여가는 걸 보면서, 키튼이 어떻게 이 문제들을 멋지게 풀어나갈지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잠수함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버리니 좀 허탈했다. 원래 키튼의 영화에 우연적인 요소가 많은데다, 그것을 통해 웃음을 주는 면도 많긴 하지만, 여태까지 봤던 키튼의 영화 중에선 ‘문제의 해결’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버리는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쉽다.

Sherlock Jr.

연미복을 입고 서 있는 버스터 키튼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보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유쾌한 답. 셜록 주니어.

“정말 오래간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화를 봤다.”
- 고작 두 편 보고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팬이 되기로 했다는 P모씨.

Our Hospitality

캔필드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윌리 맥케이(버스터 키튼).

처음으로 본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의 영화, 우리의 환대(혹은, 손님 접대법).

요즘 들어 코미디를 보고 웃기가 참 어렵다. 스탠딩 코미디 같은 경우, 왜들 그렇게 자신보다 못난 사람, 약한 사람을 깎아내리며 억지웃음을 주기에 바쁜 것인지. 물론 그렇지 않은 코미디언들이 더 많지만, 몇몇 소수의 행각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본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인 채 TV를 꺼버린 적도 많으니, 원.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어쨌든 내 몸이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고 아우성인데 어쩌겠는가. 슬랩스틱 코미디는 좀 나은 편이지만, 나를 만족하게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습다기보다는 안쓰럽고, 재미있다기보다는 추하다고나 할까.

잡설이 길었는데, 버스터 키튼의 영화는 한 마디로 ‘최근에 봤던 코미디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여태껏’이라는 수식어 대신 ‘최근에’를 굳이 붙인 이유는, 찰리 채플린과 좀 더 비교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웃음)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는 곳에서 영화를 봤던 탓에, 웃음을 참느라고 고생을…. 자꾸 쿡쿡대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

초반부의 20분 정도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그 이후 키튼이 보여주는 ‘아크로바틱 개그’는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버스터 키튼의 스턴트 묘기에 대한 ‘극찬’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정말 많이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나질 않는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인데, 도대체 저런 장면을 어떻게 찍은 걸까? 설마 직접 했단 말이야?” 영화 후반부, 폭포에서의 연기는 아직도 직접 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우리의 환대>는 키튼의 다른 작품에 비해 스턴트 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라는데, 그 말을 들으니 다른 작품도 정말 기대된다. 몇 주 내로 그가 만든 영화를 다 보게 될 것 같다. 방학 보충수업이 끝나고서 찾아오는, 1주일간의 휴식기간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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