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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놈

“선생님, 예전에 제게 하셨던 그 질문은, 조금 문제가 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런 조건이 충족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거죠. 그런 조건대로 된다면, 전 말씀드린대로, 당연히 그렇게 행동할 거에요. 하지만,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난 적은 여태껏 없었고, 앞으로 적어도 몇 년간은 없을 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결국 전 선생님께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그건 절반의 진실일 뿐이죠. 그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할 것이지만, 그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결국 전 계속 이렇게 있는거에요. 그 조건이 충족된다는거,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남들의 기준을 제시한게 아니잖아요? 제 기준이었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전 좀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이 염려하시는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거북이처럼 지내고 싶다고 해야할까요. 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선생님의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실은 아니라고 답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는게 아니라, 그런 상태를 지속해 나가는 것조차도 몹시 힘들다는데 있어요. 시간이 약이라지만, 전 지금 당장 약을 원해요.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약 말이죠. 약 없이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요. 약을 먹지 않고도 괜찮을 방법을 찾아봐야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걸요. 버드나무 아래에 누워있는, 거북이 한 마리가 되고 싶어요.”

생각해보면, 나도 참 답답한 놈이다.

2 Responses to “답답한 놈”

  1. 플라스틱 says:

    나도 학교 다닐 때 선생한테 저런식으로 꼭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결국 못했지만..버드나무 아래에 누운 거북이 ㅇㅅㅇ

  2. 피엡 says:

    음, 학교 선생님한테 하는 말은 아닌데.

    버드나무….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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